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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WORLD CHAMPIONSHIP 대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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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의 결과가 난무했던 2015 월드 챔피언십 이야기 09.21. 수요일. 오후 06:30
2015 월드 챔피언십 이야기

201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2011년 스웨덴 옌셰핑에서 월드
챔피언십이 처음으로 개최된 이후 2015년에 다시 유럽에서 개최된 것이죠. DreamHack에서 치러진
제1회 대회에서는 Fnatic이 최후의 승자로 등극했습니다. 이후 2015년까지 월드 챔피언십은 외형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규모는 더욱 커졌고 화려함도 배가되었으며 소환사의 협곡 맵 비주얼에도
대대적인 변경이 있었죠. 2011년 대회는 랜파티 형식으로 조잡한 환경에서 펼쳐졌던 반면에 2015년
대회는 파리, 런던, 브뤼셀, 베를린을 순회하며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대회의 본질은 한치 변함이
없었습니다. 바로 여러 팀이 한데 모여 자신이 세계 최강임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진검 승부를 펼치는 것이죠.

제1회 대회에서는 Fnatic이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지만 아시아의 e스포츠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가
본격적으로 관심받기 전이었던 터라 우승이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은 부정할 수 없겠지요. 2012년에는
대만 팀인 Taipei Assassins가 왕좌에 올랐습니다. 2013년 이후로는 한국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정상 위에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2013년 대회에서는 한국 팀인 SKTelecom T1 K(SKT)가 소환사의
컵을 차지했죠. 2014년에는 또 다른 한국 팀인 Samsung White가 정상에 섰습니다. 하지만 2015년
월드 챔피언십 최후의 승자는 과거 대회보다 불투명해 보였습니다. 대회 전에 한국 팀이 절대 강자로
지목되지 않았던 건 정말 오랜만이었죠.

우선 한국 프로 선수들이 대거 이적한 우선 중국이 부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중국 프로 리그에서는
한국 리그에 남아 있으려 했던 선수들조차 웬만해서는 거부하지 못할 연봉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국 선수를 대거 영입했었죠. 중국 팀의 최상급 한국 선수 영입 열기를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로,
한 중국 기업이 세계적으로 이름난 SKT의 "Faker" 선수에게 1백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금을 제시했지만
Faker 선수가 이를 거절했다는 소리도 들려올 정도였습니다. 한국 선수 수입 전략은 효과를 내는 듯했죠.
(2014년 챔피언인 Samsung White에서 활약했던) "PawN" 허원석 선수와 경외의 대상인 중국의Ming "Clearlove" Kai 선수가 이끄는 Edward Gaming은 201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에서
영원한 우승 후보 SKT를 만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혈투 끝에 3:2 신승을 거두었죠.

하지만 중국이 소환사의 컵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한국의 손을 비틀어 소환사의 컵 탈환을 노리던
유일한 지역은 아니었습니다. 유럽 팀들도 만만치 않았죠. 무시무시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던 Fnatic은
유럽 LCS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에 18승 무패를 기록했고 MSI에서는 SKT를 상대로 5경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습니다. Origen도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선수로 구성된 팀이었죠.

유럽 LCS 캐스터이자 분석가인 Martin “Deficio” Lynge 캐스터는 “유럽의 열성 팬으로서 말하는 건데,
모든 캐스터와 대부분의 유럽 팬들은 아마 Fnatic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Fnatic이 18승
무패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걸 보고 ‘올해야말로 유럽이 한국을 상대로 겨뤄볼 만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지역간 힘의 균형이 드디어 바뀔 수 있을까요? 중국이 MSI 우승의 기세를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선수 구성을 자랑하는 Fnatic이 유럽 홈 어드밴티지를 발판 삼아 유력한
우승 후보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북미의 CLG가 아직
발휘하지 못한 북미의 잠재력을 보여주며 작년 대회 북미 최고 성적인 8강 이상 성적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세계 최강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들이 조별예선이 치러질 경기장인 프랑스 파리 르 독 풀먼으로 모여듦에
따라 전 세계 e스포츠 팬들의 이목이 그 곳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중국의 몰락

중국 대표팀이 2015 월드 챔피언십에서 얼마나 심하게 자멸할지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중국의
선전을 기대했던 팬들과 전문가들이 예상 결과 대진표를 찢어서 그 조각을 한꺼번에 뿌렸다면 폐회식을
장식했던 색종이 조각 못지않았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예상이 빗나갔죠.

중국 팀의 부진은 대회 시작 직후 시작되었습니다. 그것도 대회 1일차 첫 경기에서요. Fnatic은 중국 3번
시드 팀 Invictus Gaming을 상대로 초반에 골드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Fnatic은 과감한 라인 왑,
"Huni" 허승훈 선수 헤카림의 충분한 프리파밍, 적진 깊숙한 곳 와드 설치를 통한 효과적인 갱킹으로
스노우볼을 굴려갔고 결국 Invictus를 압도해 2015년 월드 챔피언십의 유일한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그래 봤자 Invictus는 중국의 3번 시드 팀이었죠. 중국을 향한 기대는 대부분 EDG와 LGD Gaming
을 향해있었습니다. LGD Gaming도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유럽 팀인 Origen을 상대하기로 되어있었죠.



이 경기에서도 Origen이 승리하자 파리 관중은 기립하며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Origen과 Fnatic
둘 다 프랑스 출신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프랑스 관중의 열성적인 응원을 받았죠. 유럽은 처음에 주로
Fnatic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Origen이 첫 경기에서 LGD를 꺾어 당당히 실력을 뽐내며 2015 월드
챔피언십 개최지인 유럽에 무시할 수 없는 팀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xPeke 선수는 1년 전을 돌이켜보며 “[LGD에게 승리한] 그 경기는 우리한테는 완벽한 경기였어요. 경기
전에는 제일 힘든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죠. 그런데 그 게임이 전환점이었어요. 그 경기에서 졌다면 그
패배로 스노우볼이 굴러가서 이후 경기에서는 더 못 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 경기 내내 대등하게 플레이를
펼쳤고, 오히려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상대가 반응하는 구도였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죠”라고 말합니다.

중국의 1번 시드 팀의 싹수가 노란빛을 띠자 중국 2번 시드 EDG 대 한국의 보스 SKT의 학수고대하던
리매치에 관심의 눈길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EDG 팬들에게는 아쉽게도, EDG는 그해 초반에 개최되었던
MSI에서 SKT를 꺾으며 우승할 때 보여준 마법과도 같은 팀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EDG는
조별예선에서 SKT를 상대한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패하고 말았습니다. 첫 게임 후반에는 골드 차이가
무려 2만까지 벌어졌죠. 두 번째 경기에서는 SKT가 EDG를 무섭게 몰아붙이며 킬 수 16대 4로 23분 만에
경기를 마무리 지어버렸습니다. 결국 2015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한 중국 대표팀 중 조별예선을 통과한 팀은
EDG가 유일했죠. EDG마저도 힘을 소진해 8강에서 만난 Fnatic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며 3:0으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Deficio 캐스터는 “중국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그런데 그 기대에 부응하질 못했죠. 경기하는 데 있어 중요한
건 과거에는 개인 피지컬이었을 지는 몰라도 이제는 팀플레이, 의사소통, 운영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합니다.
한국 선수들의 대거 영입으로 인한 언어 장벽으로 오히려 중국 팀의 팀 내 조율이 더 어려워진 것입니다.

Trevor "Quickshot" Henry 캐스터는 “중국은 영예를 누리다가 월드 챔피언십에서 몰락했기 때문에 중국이 얼마나 안 좋은 모습을 보였는지 모든 사람이 기억하고 있죠. 중국은 MSI에서 SKT를 왕좌에서 끌어내리며 우승을 차지해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추락과 수준 이하의 경기력이 더 눈에 띄었던
거죠. 모든 팀이 라인 스왑에 적응했고, 조별예선 2주차 내내 그 점이 뚜렷이 드러났죠. 하지만 중국
팀에게서는 그런 발전을 찾아볼 수 없었어요. 약간 충격적일 정도였죠. 와일드카드 팀조차 강팀을 상대로
초반에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중국 팀은 그마저도 못 했어요”라고 말합니다.

유럽과 북미의 대결

역대 북미와 유럽 팀은 아시아 최강 팀을 상대로 고전해왔습니다. 그래서 북미와 유럽의 국제 대회 성공의
척도는 서로 맞상대했을 때 누가 승리하느냐로 점차 바뀌어갔죠. 월드 챔피언은 먼 꿈이니 수 없으니 ‘서양
최고’라는 장려상이라도 가져가겠다는 것이죠. 이 측면에서 2014 월드 챔피언십은 유럽 팬들을 침울하게
하는 대회였습니다. 유럽 팀 조별예선 전원 탈락과 아직도 팬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Alliance가 브라질
와일드카드 팀 KaBuM!에게 패배하며 겪었던 수모 때문이죠.

조별예선 1주차에는 유럽과 북미 팀 모두 잘 나가는 듯 보였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북미 팀이 약간 더 잘하는
듯했죠. 북미 LCS를 7위로 마무리했지만 지역대표팀 선발전에서 3:2 역스윕 승리를 두 차례나 따내며 월드
챔피언십에 가까스로 진출한 Cloud9은 1주차가 끝날 무렵 Fnatic을 만나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었죠.
심지어Cloud9의 탑 라이너 Balls 선수는 다리우스로 펜타킬까지 따냈습니다.

Cloud9은 막강한 포탑 철거 조합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며 1주차를 무패로 마감했습니다.
(당시 “Incarnati0n”이라는 소환사명을 쓰던) Cloud9의 Jensen 선수는 깜짝 카드로 베이가를 꺼내 들어
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베이가의 사건의 지평선으로 적을 미드 라인 포탑에서 몰아내고 팀이
합심해 빠르게 포탑을 철거하는 플레이로 톡톡히 재미를 봤죠. 한편 CLG는 KOO Tigers 이외에는 이렇다
할 강적이 없는 A조로 편성되어 조별예선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조별예선 2주차가 시작되자 북미는 갑자기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북미 팬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죠. 북미 LCS의 David “Phreak” Turley 캐스터는 “아무렴요.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역사상 최악의 흑역사 중 하나였죠. 다들 스스로도 ‘와.. 우리 진짜 못한다’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유럽에서는
우리를 놀리느라 바빴죠. 놀림당할 경기력을 보여주긴 했으니까요. 북미가 월드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최악의 경기력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플레이오프 진출이 예상되는 팀이 두 팀이나 되는데 그 한 주 동안
어떻게 그 팀들이 한 게임도 못 이길 수 있죠?”라고 말합니다.

Cloud9은 조별예선 1주차에 전승을 기록하며 이름 그대로 구름을 나는 기분이었지만 2주차에 치른
4경기를 모두 패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그 어느 북미 팀보다 더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뭐가 잘못되었던 것일까요? Quickshot 캐스터는 이에 대해 “Cloud9은 약점이 너무 많았어요. 포탑 철거
조합만 막으면 Cloud9을 막을 수 있었지만 다른 팀들이 1주차에는 그걸 몰랐던 거죠. 트리스타나와
베이가를 밴하자 Cloud9의 포탑 철거 능력은 자취를 감추었고 승승장구하던 Cloud9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남았어요”라고 말합니다.

조별예선 2주차에서 CLG의 아킬레스건은 그만큼 확연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주된 분석은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오만한 마음은 몰락의 전조다’라는 오래된 격언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Quickshot 캐스터는 “오만한 태도가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CLG 선수들은 자신들이 명백히
최강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1주차에 정말 잘했어요. 그래서 자신들을 과신했던 거죠.
[Darshan "Darshan" Upadhyaha 선수가] 월드 챔피언십은 우승은 자기들 차지고 CLG가 세계 최강
팀이라고 말한 건 다들 들어 알고 있을 정도예요. 북미에서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지 얼마 안 돼서
자신감이 너무 지나쳤던 것 같아요”라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CLG 탑 라이너 Darshan 선수는 생각이 다릅니다. 대회 전 팀 차원에서 준비가 부족했던 것을 원인으로
지목하죠. Darshan 선수는 “자신감이 과했던 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어요”라고 힘주어 말하며, “한국에서
훈련을 제대로 못 한 게 제일 큰 문제였어요. 2015 월드 챔피언십 하면 기억나는 건 준비를 제대로 못 해서
아쉬웠다는 거예요. paiN Gaming 상대로 예상 밖에 패배를 당했을 때는 이미 조별예선 탈락이 확정됐을
때였고 순위에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죠. 결국 완전히 팀 역량 발휘를 못 했고 그게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어요”라고 말합니다.

TSM은 조별예선에서 쉽게 납득하기 힘든 1승 5패라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브라질 와일드카드 팀인
paiN Gaming보다 더 나쁜 성적이었고 Bangkok Titans보다는 약간 더 좋은 성적이었죠.
비록 와일드카드 팀이 성적이 좋지는 않고 와일드카드 팀에게는 월드 챔피언십 진출이 상대적으로 쉬워
‘평균 이하’ 경기력을 지닌 팀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하지만 paiN Gaming은 월드 챔피언십 역사상
와일드카드 팀으로서는 가장 귀감이 되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대만의 Flash Wolves과 북미의 CLG를
탄탄한 경기력으로 잡아냈습니다.

조별예선에서 paiN Gaming의 승리는 Quickshot 캐스터로 하여금 인터내셔널 와일드카드 지역이 주요
지역들과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구나 하고 진정으로 생각하게 한 첫 번째 순간이었습니다. Quickshot
캐스터는 당시를 회상하며 “paiN Gaming의 개인 기량, 조별예선 기간 중 성장세,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 CLG전 승리는 브라질처럼 잘 조직된 대회가 운영되는 지역은 [최고급 대회에서도 실력을 겨룰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paiN Gaming의 승리는 희망의 불을 지피는 신나는 승리였어요”라고 말합니다.

2015 월드 챔피언십에서 TSM이 떠나 보내야 했던 것은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목표뿐만이 아니었죠. 시즌
1부터 월드 챔피언십 붙박이였던 TSM의 전설적인 탑 라이너 Dyrus 선수가 선수로서의 은퇴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던 순간은 2015 월드 챔피언십에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Dyrus 선수는 눈물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팬들을 실망시켜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파리의 관중은 Dyrus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Dyrus 선수를
격려했죠. 한 시대의 끝을 알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TSM의 라인업은 미드 라이너 Søren “Bjergsen”
Bjerg 선수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재편되었습니다.

Deficio 캐스터는 아직도 조별예선 2주차에서 북미 추락에 대해 의아함을 떨쳐버리지 못했습니다. Deficio
캐스터는 당시에 대해 “한 지역에서 1주차에서 승을 쓸어 담다가 2주차에 무승 10패를 기록하는 건 믿기지
않는 일이죠. 실력이 안 좋다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무승 10패를 기록할 실력이었으면 애초에
승리를 기록하지도 못했을 테니까요”라고 말합니다.

이제 유럽 팀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Fnatic은 18승 무패라는 대기록으로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했지만
그야말로 가까스로 조별예선을 통과했습니다. Fnatic은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ahq e-Sports Club를
꺾어야만 조별예선을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경기는 월드 챔피언십 역사에 남을만한 명경기로 남았죠.

이 경기에서는 장장 50분의 혈투가 벌어졌으며 양 팀 합산 거의 1분당 1킬을 기록할 만큼 킬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Fnatic의 8강 진출 희망이 물거품이 되나 생각될 정도로 게임은 Fnatic에게 불리하게 흘러갔죠. Fnatic의 억제기 두 기가 파괴돼 기지가 쑥대밭이 된 상황에서 Westdoor 선수의 제드가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마지막 한타를 열었습니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Febiven 선수는 르블랑의 W-Q 콤보로
핵폭탄급 피해를 입히며 ahq의 징크스와 탐 켄치를 눈 깜짝할 사이에 쓰러뜨렸습니다.

게임 후반이라 적이 부활하려면 1분 이상 남은 상황에서 Fnatic의 다섯 선수는 엘리스의 새끼 거미로
포탑의 공격을 받아내 가며 미드 라인을 따라 진격했고 ahq의 넥서스를 파괴해 월드 챔피언십 역사에
남을만한 역전승을 일구어냈습니다. 이 승리로 인해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었죠. Fnatic이 이 경기에서
패배했다면 2014년 대회처럼 실망과 함께 조별예선에서 탈락했을 것입니다. Quickshot 캐스터는
“개인적으로 ahq대 Fnatic의 경기가 전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라며 “많은 것이 걸려
있는 경기였기 때문에 마음 졸이면서 지켜봤고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경기였어요”라고 말합니다.



이 경기 마지막 한타에서 Fnatic에게 전멸당한 ahq 선수들은 결코 호락호락한 선수들이 아니었습니다.
조별예선 내내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었고 8강전에서 같은 지역 대표팀인 Flash Wolves와 더불어
용맹하게 저항하며 끝까지 싸웠죠. ahq의 미드 라이너 Westdoor 선수는 적 포탑까지 뛰어들어가며 Faker
선수를 상대로 솔로 킬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원거리 딜러 AN 선수는 전 대회를 통틀어 가장 악랄한
징크스를 보여주며 Cloud9 상대로 쿼드라킬을 기록해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대만은 8강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인정받아 마땅한 지역이라는 것을 입증했죠.

당시 파리에서 직접 그 경기를 중계했던 Deficio 캐스터는 경기 1년 후에도 그 경기 결과는 믿기 어렵다
며 “Fnatic은 그 경기에서 꼭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Febiven 선수가 트리플킬을 따낸 후 미드 라인을
따라 달려갔죠. Fnatic은 조별예선 탈락 위기였어요. Fnatic이 그 경기에서 이겨서 경기 직후에 Cloud9은
ahq와 타이브레이커 게임을 치러야 했고 ahq가 그 대결에서 승리해 ahq와 Fnatic이 8강전에 진출했어요.
Fnatic은 심지어 1번 시드로 올라갔죠. Febiven 선수의 플레이 하나로 Fnatic의 운명이 180도 바뀐 거예요”
라고 말합니다. 세계의 왕

유럽과 대만은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조별예선과 8강전에서 혈투를 벌였지만 SKT는 우승만 바라보며
경기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1번 시드를 받은 SKT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습니다. Bangkok Titans
와의 경기에서 Faker 선수가 미드 올라프를 선택한 건 거의 트롤픽처럼 보였죠. 색다른 챔피언을 찾아보다
가 ‘아 얘 정도면 이 경기에서 쓸만하겠네’라고 생각하며 챔피언을 선택한 듯했죠. (그래도 올라프로
8/2/8이라는 KDA를 기록하긴 했지만요.) 하지만 멋모르던 수준이 다른 와일드카드 팀만 SKT의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닙니다. SKT는 결승전 전까지는 단 한 게임도 패하지 않았고 결승전에서도 "hojin" 이호진
선수의 리 신의 활약으로 초반부터 스노우볼을 굴린 KOO Tigers에게 단 한 게임만을 내주었습니다.
SKT는 심지어 브뤼셀에서 개최된 준결승전 첫 게임 전까지는 내부 포탑을 내준 적도 없었죠.

2015 월드 챔피언십이 유럽에서 개최되자 경기장을 메운 유럽 팬들은 이번 대회에서 유럽이 전 세계에
위세를 떨치는 한국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유럽 팀이 두 팀이나 준결승전에 진출하자
유럽의 결승전 진출은 현실로 이루어지는 듯했죠. 이러한 기회는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닐뿐더러, 이번에는
목이 터져라 유럽을 응원하는 홈 관중의 응원이라는 보너스까지 있었기에 더욱 귀한 기회였죠. Origen은
첫 심지어 번째 게임에서 내셔 남작을 처치하고 그 힘으로 SKT의 기지까지 공략하며 승리를 가져가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힘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죠. 선수들이 하나씩 끊기기 시작했고 SKT가 다시 주도권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러자 Origen의 사기는 눈에 띄게 저하되었죠.

Origen의 xPeke 선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서서히 승기를 내주고 게임을 지게 되면 기분은 안 좋지만
사기가 완전히 바닥나거나 하진 않아요. 뭘 잘못 했는지 아는 거죠. ‘어떤 선수한테 킬을 허용했고
그 선수가 잘 커서 스노우볼이 천천히 굴러가서 어쩔 수 없이 졌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SKT와의 첫 게임에서는] 초반에 갱킹도 잘했고 운영도 나쁘지 않았고 바론까지 가져가면서 상대 예상을
뛰어넘는 플레이를 했어요. 플레이가 생각했던 대로 다 잘 됐는데 결국 실수로 인해 게임을 지고 나니까
완전히 사기가 꺾여버린 거죠.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생각했던 대로 다 잘했는데도
못 이긴다면, 다음 게임에서 우리가 더 못하면 어떻게 이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SKT가
우리보다 실력이 좋았기에 1게임 이후로는 더 상황이 안 좋을 거라는 건 눈에 보듯 뻔했죠”라고 말합니다.



xPeke 선수의 예상은 적중했죠. 실제로 상황이 악화되었습니다. 브뤼셀에 모인 유럽 팬들은
두 번째와 세 번째 게임에서 펼쳐진 학살 장면을 두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xPeke 선수는 “계속 펀치를 맞으면서 게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어요. 심지어 상대방보다 앞서 나가도
결국 상대방이 승리할 거라는 생각이 드니 게임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아무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그때 그런 상태였어요. 아까 말했듯이 경기를 할 땐 언제나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려고 하죠.
하지만 첫 번째 게임에서 지고 나서는 더 이상 경기력에 자신이 없었어요.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명확하게 몰랐으니 경기하는 게 더 힘들었죠”라고 덧붙입니다.

xPeke 선수 입장에서는 SKT와의 준결승전 첫 게임 패배가 많은 기대를 모았던 LGD를 상대로 이변을
연출했던 조별예선 첫 경기의 정 반대 효과를 냈습니다. Origen의 사기는 자신들의 승리할 수 있는 능력에
얼마나 자신감을 지니고 있느냐에 크게 좌우되었죠. 그 자신감이 시들자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SKT는 3:0으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죠.

Fnatic의 준결승전 상대는 SKT보다는 약간이나마 더 할 만한 KOO Tigers였지만, Fnatic마저도 완패하고
말았습니다. Fnatic의 준결승전 패배에 대한 유럽의 Quickshot 캐스터와 Deficio 캐스터의 좌절과 실망감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Deficio 캐스터는 “Tigers와의 첫 게임에서 Fnatic의 경기력에 실망했어요. 초반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고
있다가 경기 시작 후 16분쯤에 바텀 라인에 다이브를 했죠. Reignover 선수가 점멸로 상대 포탑 쪽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전혀 마음먹은 대로 안 됐죠. 결국 카사딘이 3킬을 가져갔고 그길로 게임을 내줬어요.
첫 게임을 앞서가다 내 주게 되니까 정신적으로 완전히 꺾여버렸어요. 평정심을 잃었다거나 정신적으로
피로했다는 말로는 부족해요.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린 거예요. Tigers를 이겨낼 수가 없었죠. Huni 선수는
Smeb 선수와 계속해서 1:1 정면 대결을 했지만 졌어요. Fnatic은 첫 게임에서 이겼어야 했어요. 하지만
바텀 라인 다이브를 실패하고 게임에서 패배하자 그 이후 준결승전 경기에서 Fnatic에게는 희망이 없었고
결국 KOO Tigers에게 압도당했어요”라고 말합니다.

Quickshot 캐스터는 덧붙여 “저도 이유가 뭔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기려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스스로 자멸했던 것일 수도 있어요. 냉정하지 못했던 거죠”라고 말합니다.

Fnatic과 KOO Tigers의 준결승전에서 확연히 드러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KOO Tigers의 탑
라이너 Smeb 선수가 슈퍼스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는 것입니다. Huni 선수는 심지어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배짱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려 했지만 Smeb 선수는 끈기 있게 유리한
상황을 기다리다가 공격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여 줬죠. Deficio 캐스터는 “Smeb 선수는 자신이 세계
최강급 탑 라이너라는 걸 똑똑히 보여줬죠. Huni 선수처럼 피지컬 측면의 능력과 공격적인 플레이에도
능할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플레이를 자제하고 상대방과 상황에 맞춰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를
아는 지능적인 플레이도 보여줬거든요.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플레이였죠. Huni 선수는 그에
못 미쳤고요. 만약 Tigers가 우승했다면 MaRin 선수 대신 Smeb 선수가 MVP를 받았을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많은 팬들과 분석가들이 2015 월드 챔피언십에서 한국이 무릎을 꿇는 장면을 보고 싶어 했지만, SKT는
왕관을 내주거나 리그 오브 레전드 통치를 끝낼 의사가 전혀 없었죠. Deficio 캐스터는 “사람들은 중국 팀이
강세를 보일 것이고 유럽에도 Fnatic이 있으니 이 팀들이 한국이 무적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길 기대했죠.
그런데 중국은 몰락했고 유럽은 준결승전에서 한국에 나란히 3:0으로 패했어요. 결승전에서는 결국 SKT가
승리했고요. 대회 결과가 ‘아니.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어. 예전 그대로야’하고 말하는 듯했죠. 국제 대회가
개최되면 매번 출신 지역만 보고 우승팀을 예측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국제 대회의 열기가 조금이나마
잦아드는 게 아쉬울 정도였어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팀에게 약자로서의 서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5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SKT라는 거인 앞에 무릎 꿇어야 했던 KOO Tigers는 NaJin Sword와 NaJin Shield 등
유명 팀에서 자리 잡지 못했던 선수들을 주축으로 2014년에 창단한 팀입니다. 하지만 채 1년도 안 되어
LCK 에서 최대 서킷 포인트를 획득해 2번 시드를 받으며 2015 월드 챔피언십 진출에 성공했죠.

KOO Tigers는 정규 시즌에는 적이라면 가리지 않고 꺾어버렸지만 대회에만 나가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며 설움을 겪어야 했던 역사를 지닌 팀이었습니다. 2015년 초반에는 IEM 준결승전에서 중국 LPL에서
12위를 기록하고 있던 World Elite를 만나 패배하고 말았죠. 2015년 시즌 LCK 스프링 및 서머 플레이오프
에서는 중요한 경기에서 SKT와 KT Rolster에게 승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Quickshot 캐스터는 “KOO
Tigers를 보면 결승전 전까지는 완벽한 팀인데 결승전만 가면 이상하게 경기력이 퇴색하는 팀이라는
인상이 강해요. 결승에 그렇게 많이 진출했는데 계속해서 제 발에 걸려 넘어졌거든요”라고 말합니다.

SKT는 2015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KOO Tigers를 상대로 대회 유일한 패배를 기록하긴 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베를린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를 가득 메운 관중을 사로잡으며 소환사의 컵을
차지했습니다. 이를 통해 Faker 선수와 Bengi 선수는 월드 챔피언십에서 두 차례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고, Faker 선수의 경우 리그 오브 레전드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베를린에서 개최된 결승전 개막식에서 멋들어진 앞구르기를 선사한 Faker 선수는 자신이
소환사의 협곡에서 보여주는 터프한 모습 이면에 재미있고 매력 있는 면모를 지닌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었죠. 지역 간 격차는 아직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승리를 거듭하며 화려하게 빛나는
SKT와 같은 팀은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팀입니다.



09.21. 수요일. 오후 06:30 목록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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